
나이아신아마이드 세럼을 바른 뒤 얼굴이 붉어지고 따가운 경험, 혹시 ‘내 피부가 예민한 탓’이라고 넘기지 않았나요?
문제의 출발점은 피부가 아니라 병 안에 있는 성분이 화학적으로 변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같은 제품이 누군가에게는 괜찮고 누군가에게는 자극이 되는 이유, 거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화학 반응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 ≠ 나이아신: 같은 비타민 B3, 다른 반응
나이아신아마이드와 나이아신.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성분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피부에서 하는 일은 완전히 다릅니다.
둘 다 비타민 B3에 속하고, 체내에서는 비슷한 영양소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피부 반응에서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나이아신은 피부 혈관을 확장시켜 얼굴이 달아오르는 ‘플러싱’을 유발하는 반면, 나이아신아마이드 자체에는 그런 혈관 확장 작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화장품 원료로는 나이아신아마이드가 선호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제품 안에서 나이아신아마이드가 나이아신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병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 유리 나이아신이 생기는 조건
나이아신아마이드는 비교적 안정적인 성분이지만, 특정 조건에서는 분해되어 나이아신으로 변합니다. 이 과정을 ‘가수분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물 분자가 나이아신아마이드의 화학 결합을 끊어서 나이아신을 만들어내는 반응입니다.
독일화학회 식품화학 전문그룹에서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나이아신아마이드는 pH 3~7.5 범위에서는 안정적이지만 이보다 강한 산성이나 알칼리성 환경에서는 나이아신으로 쪼개집니다. 여기에 온도까지 높아지면 전환 속도는 더 빨라집니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화장품 31종을 분석한 연구에서, 제조 과정 중 나이아신아마이드를 45°C 이상에서 투입한 제품 대다수에서 380ppm이 넘는 나이아신이 검출되었습니다. 반면 45°C 이하 저온에서 투입한 제품에서는 거의 대부분 52ppm 미만이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나이아신 전환에는 온도가 가장 큰 요인이지만, pH나 다른 산 성분과의 조합도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내성이 좋은 제품일수록 나이아신 함량이 낮았고, 내성이 떨어지는 제품일수록 나이아신 함량이 높았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원료 공급사에서는 애초에 나이아신 불순물이 100ppm 미만인 고순도 원료를 제품 스펙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유리 나이아신이 피부를 붉히는 경로
그렇다면 제품 속에 생겨난 유리 나이아신은 피부에서 어떤 일을 벌이는 걸까요?
유리 나이아신이 피부에 닿으면, 표피에 있는 랑게르한스 세포라는 면역 세포의 수용체(GPR109A)에 달라붙습니다. 이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세포 안에서 아라키돈산이라는 지방산이 풀려나고, 이것이 효소(COX)를 거쳐 프로스타글란딘 D2와 E2라는 물질로 바뀝니다.
프로스타글란딘은 ‘혈관을 열어라’는 신호를 보내는 화학 메신저입니다. 이 신호를 받은 피부 모세혈관이 확장되면서, 우리가 경험하는 홍조·열감·따끔거림이 나타납니다.
나이아신을 먹었을 때 피부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나이아신 복용 후 피부 쪽 정맥혈에서 측정된 프로스타글란딘 D2 농도가 같은 팔의 동맥혈보다 14배에서 최대 1,200배까지 높게 나타났습니다. 피부가 프로스타글란딘 방출의 주요 현장이라는 뜻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경구 복용 후의 결과이므로, 화장품을 통한 경피 노출과는 경로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프로스타글란딘을 만드는 효소(COX)를 제거하자 플러싱이 완전히 사라졌고, 프로스타글란딘 D2의 수용체(DP1)를 제거했을 때는 약 40%, E2의 수용체(EP2, EP4)를 각각 제거했을 때는 약 20%와 40%씩 줄어들었습니다. 여러 종류의 프로스타글란딘이 함께 작용해서 홍조가 만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고농도가 꼭 좋은 건 아닌 이유: 임상이 보여주는 유효 농도
시중에는 나이아신아마이드 10%, 심지어 20%를 앞세운 제품도 있습니다. ‘높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임상 근거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독일화학회 데이터시트에서 종합한 임상 결과를 보면, 피부장벽 개선에는 2%, 주름 감소에는 5%, 색소 개선에는 5%, 여드름 완화에는 4%가 유효 농도로 확인되었습니다.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시 자치대학교 피부과 연구팀이 멜라스마(기미) 환자 27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이중맹검 임상시험에서는, 나이아신아마이드 4%를 하이드로퀴논 4%와 비교했을 때 유사한 수준의 색소 개선이 관찰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한쪽 얼굴에 나이아신아마이드를, 반대쪽에 하이드로퀴논을 바르는 방식(split-face design)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미국 화장품 성분 안전성 평가(CIR) 보고서에 따르면, 임상시험에서 10% 농도까지 따끔거림(stinging)이 나타나지 않았고, 사용 시험에서는 5%까지 피부 자극(irritation)이 없었으며, 21일 누적 자극 시험에서도 5%에서 자극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농도가 높아지면 제형 안에서 나이아신으로 전환되는 절대량도 함께 늘어납니다. 10% 이상의 고농도에서 추가적인 효능 이점을 입증한 임상 근거는 아직 부족한 상황입니다. 5% 이상에서 추가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만큼, 굳이 고농도를 선택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손상된 피부장벽이 반응을 증폭시키는 이유
같은 제품을 써도 유독 피부가 예민한 날에 더 따갑게 느껴진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피부장벽 상태와 관련이 있습니다.
피부장벽이란 피부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이 세라마이드·지방산·콜레스테롤 같은 지질로 촘촘하게 채워진 구조를 말합니다. 이 장벽이 건강할 때는 외부 물질이 쉽게 침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각질 제거, 레티놀 과다 사용, 건조한 환경 등으로 장벽이 손상되면, 수용성 물질의 경피 침투가 늘어난다는 것이 피부과학의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와 거기서 전환된 유리 나이아신은 모두 수용성이므로, 장벽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미량의 나이아신에도 과도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나이아신아마이드를 직접 대상으로 한 임상 데이터가 아닌 일반적인 피부 투과 원리에 근거한 추론이라는 점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흥미로운 점은, 장벽이 건강한 상태에서 나이아신아마이드는 오히려 장벽을 강화하는 성분이라는 것입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는 각질세포에서 세라마이드를 비롯한 피부장벽 지질의 합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로사시아(주사)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나이아신아마이드 2%를 함유한 보습제가 피부장벽 기능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극을 줄이는 3가지 체크포인트
나이아신아마이드에 피부가 반응했다고 해서 이 성분 자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다음 세 가지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제품의 pH를 확인합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는 pH 3~7.5 범위에서 안정적이지만, 실용적 관점에서는 pH 5~7 범위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산도가 너무 낮은 제품(pH 3 이하)이나, 비타민 C처럼 강한 산성 성분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 가수분해가 촉진될 수 있습니다.
둘째, 농도를 낮춰서 시작합니다. 임상적으로 검증된 유효 농도는 2~5%입니다. 10% 이상의 고농도 제품에서 자극을 경험했다면, 4~5%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만으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셋째, 피부장벽 상태를 먼저 점검합니다. 세안 후 당김이 심하거나, 평소 쓰던 제품에도 따끔거림이 느껴진다면 장벽이 손상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나이아신아마이드 사용을 잠시 보류하고, 장벽 회복에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마무리
나이아신아마이드에 피부가 반응했다면, 성분을 포기하기 전에 ‘내 제품 속에 유리 나이아신이 얼마나 만들어졌을까’를 먼저 의심해 보세요. 농도를 낮추거나, pH가 중성에 가까운 제품으로 바꾸거나, 피부장벽부터 회복하는 것—이 중 하나만 바꿔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스킨케어 성분의 과학적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정보성 콘텐츠이며, 피부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지속적인 피부 자극이나 홍조가 반복된다면,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9개)
- Boo YC. Mechanistic Basis and Clinical Evidence for the Applications of Nicotinamide (Niacinamide) to Control Skin Aging and Pigmentation. Antioxidants. 2021;10(8):1315. doi:10.3390/antiox10081315
- Marques C et al. Mechanistic Insights into the Multiple Functions of Niacinamide: Therapeutic Implications and Cosmeceutical Applications in Functional Skincare Products. Antioxidants. 2024;13(4):425. doi:10.3390/antiox13040425
- Barré M et al. P07-01 Niacinamide’s impact on cutaneous tolerance of dermo-cosmetic products. Toxicology Letters. 2025;411(Supplement):S99. doi:10.1016/j.toxlet.2025.07.260
- German Chemical Society (GDCh), Food Chemistry Working Group. Data Sheet: Niacinamide (Vitamin B3).
- Kamanna VS, Ganji SH, Kashyap ML. The mechanism and mitigation of niacin-induced flushing. International Journal of Clinical Practice. 2009;63(9):1369-1377. doi:10.1111/j.1742-1241.2009.02099.x
- Morrow JD, Awad JA, Oates JA, Roberts LJ 2nd. Identification of skin as a major site of prostaglandin D2 release following oral administration of niacin in humans.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1992;98(5):812-815.
- Cosmetic Ingredient Review Expert Panel. Final report of the safety assessment of niacinamide and niacin. International Journal of Toxicology. 2005;24(Suppl 5):1-31.
- Navarrete-Solís J et al. A Double-Blind, Randomized Clinical Trial of Niacinamide 4% versus Hydroquinone 4% in the Treatment of Melasma. Dermatology Research and Practice. 2011;2011:379173. doi:10.1155/2011/379173
- Draelos ZD et al. Niacinamide-containing facial moisturizer improves skin barrier and benefits subjects with rosacea. Cutis. 2005;76(2):135-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