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보스차를 검색하면 항산화, 혈당 조절, 심혈관 보호까지 효능 목록이 끝없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근거를 하나씩 뒤집어 보면, 대부분은 세포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입니다. 정작 ‘사람’에게서 확인된 연구는 전체 몇 건이나 될까요? 어디까지가 검증이고 어디부터가 기대인지, 그 경계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연구에 따르면”이 숨기는 것
건강 콘텐츠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표현이 “연구에 따르면”입니다. 루이보스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 “연구에 따르면 혈당을 낮춘다”는 식이죠. 그런데 이 ‘연구’가 세포 실험인지, 쥐 실험인지, 사람 대상 임상인지를 밝히는 콘텐츠는 거의 없습니다.
근거에는 위계가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세포에 성분을 넣어보는 것과, 살아있는 동물에게 먹여보는 것, 그리고 실제 사람이 마시고 변화를 측정하는 것은 검증의 무게가 완전히 다릅니다. 세포 실험에서 효과가 나왔다고 해서, 같은 효과가 사람에게서도 나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미국의 암 전문 병원인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는 루이보스차 정보 페이지에서 이 점을 분명히 합니다. “실험실 연구에서는 루이보스차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studies in humans are very limited).” 해외 건강 정보 사이트인 헬스라인 역시 각 효능마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빠짐없이 붙입니다. 반면 국내 콘텐츠 대부분은 이런 구분 없이 “연구 결과”를 하나의 권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차이가 왜 중요할까요? “연구에 따르면”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것이 세포 수준의 가능성인지 사람에게서 확인된 사실인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88명, 그것이 전부다
그렇다면 실제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루이보스 연구는 얼마나 될까요?
2023년에 발표된 스코핑 리뷰가 이 질문에 답을 줍니다. 스텔렌보쉬대학교(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프리파(Afrifa) 연구팀이 구글 학술검색, 펍메드 등 주요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모두 뒤져 사람 대상 루이보스 연구를 모았습니다. 결과는 단 18건, 총 참가자 488명이었습니다. 6세부터 83세까지, 용량은 하루 200ml에서 1,200ml까지 제각각이었고, 연구 기간도 하루짜리부터 3개월짜리까지 다양했습니다.
수천, 수만 명을 추적하는 대규모 역학 연구와 비교하면 매우 작은 규모입니다. 게다가 이 18건마저도 동일한 기준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어서, 결과를 하나로 모아 결론 짓기 어렵습니다. 리뷰 저자들도 “제한된 수의 인간 개입 연구와 작은 총 표본 크기에 기반한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기준을 높이면 숫자는 더 줄어듭니다. 2024년에 캔버라대학교의 스피어(Speer) 연구팀이 더 엄격한 기준으로 같은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18세 이상 성인만 포함하고, 무작위 대조시험이나 대조군이 있는 연구만 골랐더니 포함된 연구는 8건, 참가자는 175명으로 줄었습니다. 이 리뷰의 결론은 더 직접적입니다. “루이보스 섭취의 건강상 이점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insufficient evidence to support the health benefits).”
18건이 8건으로, 488명이 175명으로. 이것이 현재 루이보스차의 인간 대상 연구가 놓인 현실입니다.
그래도 사람에게서 확인된 것들
근거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이제 반대쪽 질문도 해볼 차례입니다. 그 적은 연구 안에서라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영역이 있을까요?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심혈관 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반도공과대학교의 마르네윅(Marnewick) 연구팀이 관상동맥 질환 위험 요인을 2가지 이상 가진 성인 40명에게 6주간 매일 루이보스차 6잔(1,200ml)을 마시게 했습니다. 그 결과,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수치가 15.2% 낮아지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은 33.3% 높아졌으며, 중성지방은 29.4% 감소했습니다. 체내 항산화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들도 유의미하게 개선되었습니다.
다만 이 결과를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참가자가 40명이고, 이미 심혈관 위험 요인을 가진 특정 집단이었으며, 하루 6잔이라는 상당한 양을 6주간 마신 조건에서 나온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사람이 하루 한두 잔 마실 때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전체를 묶어 보면 어떨까요. 2024년 스피어 연구팀의 체계적 리뷰에서도 비슷한 그림이 나옵니다. 포함된 8건의 연구 중 저자들에 따르면 약 절반에서 혈당, 지질, 항산화, 혈압 관련 효소(ACE) 억제 등에 유의미한 결과가 보고되었고, 나머지 연구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집계 기준에 따라 건수는 달라질 수 있는데, 전체 분석에서는 비유의미로 분류된 연구도 하위군 분석에서는 혈당 관련 유의미한 결과를 보인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루이보스차가 심혈관 건강과 항산화 측면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아직 소규모·단기·특정 조건의 연구에서만 확인된 것이고, 대규모 임상으로 검증되기까지는 갈 길이 남아 있습니다.
루이보스차, 어떻게 마실 것인가
이 모든 것을 알고 나서 루이보스차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효능의 근거가 제한적이라고 해서 루이보스차가 나쁜 음료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효능’과 무관하게 확실한 장점이 있습니다. 카페인이 없고 탄닌 함량이 낮아서, 잠자기 전이나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음료입니다. 설탕이나 크림을 넣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칼로리 걱정 없는 수분 보충 수단이기도 합니다.
과량 섭취와 약물 상호작용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 따르면, 루이보스차를 대량으로 장기간 마신 경우 간 독성이 보고된 사례가 있습니다. 37세 환자에서 간 기능 이상과 혈소판 감소가 나타난 사례, 42세 여성에서 간 효소 수치가 상승한 사례, 63세 환자에서 황달이 발생한 사례가 각각 보고되었습니다.
모두 과량 섭취와 관련된 사례입니다. 42세 및 63세 사례에서는 섭취를 중단하자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37세 사례에서는 간 대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술 방식을 변경하는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특정 약물을 복용 중인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동물 실험에서 루이보스가 약물 대사 효소인 CYP3A를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실제로 하루 2L 이상 루이보스차를 마신 38세 백혈병 환자에서 면역억제제인 타크로리무스의 혈중 농도가 낮아진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국 루이보스차를 가장 현명하게 마시는 방법은, “기적의 건강 음료”로 기대치를 높이는 대신 “카페인 없는 괜찮은 음료”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적당히, 꾸준히, 그리고 과장된 기대 없이 즐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연구로 입증된 효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연구인지”를 한 번 더 물어보는 습관. 그것이 루이보스차뿐 아니라, 쏟아지는 건강 정보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이 글은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가 있거나 특정 식품·보충제의 섭취를 고려하고 계신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6개)
-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Rooibos Tea.
- Afrifa D, Engelbrecht L, Op’t Eijnde B, Terblanche E. The health benefits of rooibos tea in humans (Aspalathus linearis)—a scoping review. Journal of Public Health in Africa. 2023;14(12):2784. doi:10.4081/jphia.2023.2784
- Speer KE et al. The Effect of Rooibos Tea (Aspalathus linearis) Consumption on Human Health Outcomes: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Beverages. 2024;10(4):113. doi:10.3390/beverages10040113
- Bond TJ, Derbyshire EJ. Rooibos Tea and Health: A Systematic Review of the Evidence from the Last Two Decades. Nutrition and Food Technology: Open Access. 2020;6(1). doi:10.16966/2470-6086.166
- Marnewick J, Rautenbach F, Venter I, Neethling H, Blackhurst D, Wolmarans P, Macharia M. Effects of rooibos (Aspalathus linearis) on oxidative stress and biochemical parameters in adults at risk for cardiovascular disease.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11;133(1):46-52. doi:10.1016/j.jep.2010.08.061
- Healthline. Rooibos Tea: Health Benefits and Side Effe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