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인이 없어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서, 아이도 마실 수 있어서 — 루이보스차를 물 대신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안전한 차’를 하루에 1리터 이상 마시던 사람들에게서 간 수치가 치솟고, 이식 환자의 면역억제제가 무력화된 사례가 의학 저널에 보고되고 있다면 어떨까요. 문제는 루이보스차 자체가 아니라, ‘무조건 안전하다’는 믿음이 만드는 빈틈에 있습니다.
‘안전하다’는 근거, 어디까지 확인됐을까
루이보스차가 몸에 좋다는 이야기는 많습니다. 항산화 효과, 혈당 조절, 콜레스테롤 개선까지 — 검색하면 효능 목록이 길게 나옵니다. 하지만 이 효능들이 실제로 사람을 대상으로 검증된 적이 얼마나 될까요.
2023년 하셀트대학교 연구팀이 루이보스차의 인간 대상 연구를 체계적으로 모아 분석한 결과, 해당하는 연구는 총 18건뿐이었습니다. 참여자 수는 전부 합쳐 488명이었고, 연구 기간은 짧으면 하루, 길어야 3개월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루이보스차가 사람에게 안전하고 유익하다”고 단정하기엔, 근거의 양과 질이 모두 부족한 상태입니다.
미국의 대표적 암 전문 병원인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도 같은 맥락에서 “루이보스차의 효능을 보여주는 실험실 연구는 있지만, 사람 대상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동물 실험이나 세포 실험 결과를 ‘안전성 입증’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간이 보낸 경고, 반복되는 사례 보고
그렇다면 루이보스차가 실제로 해를 끼친 사례는 있을까요.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의학 저널에는 루이보스차와 관련된 간 손상 사례가 최소 네 건 보고됐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세 건의 경과를 살펴보겠습니다.
2010년, 핀란드 42세 여성. 약 2주 동안 루이보스차를 하루 1리터씩 마셨는데, 간 효소 수치(ALT)가 정상 상한치의 약 27배까지 치솟았습니다. 바이러스 간염 등 다른 원인은 모두 배제됐고, 루이보스차를 중단하자 1주 만에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2013년, 남아프리카 52세 남성. 루이보스와 부쿠를 섞은 남아프리카 전통 차를 매일 마시다가 황달과 전신 권태감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간 생검 결과 독소에 의한 간 손상으로 확인됐고, 차를 끊은 뒤 간 기능이 회복됐습니다.
2021년, 프랑스 63세 환자. 루이보스차 섭취 후 황달로 입원했는데, 의료진이 기록을 추적해 보니 14개월 전에도 비슷한 증상으로 입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두 번 다 루이보스차를 중단하자 간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세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 있습니다. 대량 또는 장기 섭취, 다른 원인의 배제, 그리고 중단 후 회복입니다. 물론 네 건은 수천만 명의 음용자 규모에 비하면 극히 드문 사례입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보고된 적이 없다”는 통념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에스트로겐을 흉내 내는 차 한 잔
간 문제와는 별개로, 루이보스차에는 호르몬과 관련된 또 다른 주의점이 있습니다. 루이보스에 풍부한 플라보노이드 성분 가운데 ‘노토파긴’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 성분이 체내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합니다. 2006년 시마무라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노토파긴의 에스트로겐 유사 활성은 대두에서 추출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제니스테인’에 맞먹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에스트로겐 유사 활성이 실제 몸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한 동물 실험도 있습니다. 남아프리카 웨스턴케이프대학교 연구팀이 성체 쥐에게 비발효 루이보스 추출물을 21일간 투여한 결과, 자궁 무게가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자궁내막도 두꺼워졌습니다. 이는 에스트로겐이 자궁 조직의 성장을 자극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입니다.
사람에게서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는 이 근거를 바탕으로,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처럼 호르몬에 민감한 암을 앓고 있는 환자는 루이보스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매일 마시는 차가 약효를 낮출 수 있다
호르몬 문제를 넘어, 특정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에게는 더 직접적인 위험이 있습니다. 루이보스차가 약의 효과 자체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CYP3A’라는 간 효소입니다. 이 효소는 우리 몸에 들어온 약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데, 루이보스차가 이 효소의 활동을 지나치게 활발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동물 실험에서 루이보스가 CYP3A를 유도한다는 결과가 확인됐고, 이는 이 효소가 분해하는 약물의 혈중 농도를 낮출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메커니즘이 실제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은 사례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보고된 이 사례의 주인공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골수이식을 받은 38세 여성이었습니다. 하루 2리터 이상의 루이보스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이식 후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투여 중이던 면역억제제 타크로리무스의 혈중 농도가 떨어지면서 이식편대숙주병(이식된 면역세포가 환자의 몸을 공격하는 합병증)이 발생했습니다. 매일 대량으로 마시던 차가 생명을 지키는 약의 효과를 무력화한 셈입니다.
콜레스테롤 약인 아토르바스타틴과의 상호작용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아프리카 의학연구위원회 연구팀이 간세포 실험에서 루이보스 추출물과 아토르바스타틴을 함께 처리한 결과, 세포 내 활성산소가 크게 증가했고 루이보스가 아토르바스타틴의 간 독성을 줄여주지 못했습니다. 아직 세포 실험 수준이지만, 루이보스의 ‘간 보호 효과’가 특정 약물과 만났을 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입니다.
한 잔을 마시더라도, 알고 마시는 것
루이보스차를 끊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이 마셔도 괜찮다”는 전제는 이제 내려놓을 때입니다. 특히 간 질환 이력이 있거나, 호르몬에 민감한 질환을 앓고 있거나, 면역억제제나 스타틴 같은 약을 복용 중이라면, 루이보스차를 습관적으로 마시기 전에 담당 의사에게 한 번 물어보는 것 — 그것만으로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간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호르몬 관련 질환 또는 약물 복용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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