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중 3명이 부족한 비타민 A, 암과의 불편한 관계

밝은 부엌 조리대 위 나무 도마에 놓인 당근, 시금치, 고구마, 달걀

비타민 A를 너무 많이 먹으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그런데 최근 6,700명 이상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반대쪽도 같은 크기의 위험이었습니다 — 적게 먹는 사람의 암 발생 위험 역시 약 2배. 문제는, 한국인 4명 중 3명이 바로 그 ‘부족한 쪽’에 서 있다는 점입니다.

“과다만 위험하다”는 절반의 상식

비타민 A 하면 떠오르는 경고는 대부분 ‘과다 복용’입니다.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간에 무리가 오고, 임산부에게는 기형 위험까지 있다는 이야기는 꽤 잘 알려져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그 이면을 보여주는 연구가 있습니다. 일본 국제의료복지대학과 베트남 주이탄대학교(Duy Tan University)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암 환자 3,758명과 대조군 2,995명, 총 6,753명을 분석한 결과, 비타민 A 섭취와 암 위험 사이에는 U자형 관계가 나타났습니다.

가장 적게 먹은 그룹의 암 발생 위험은 기준 그룹 대비 약 1.98배, 가장 많이 먹은 그룹은 약 2.06배였습니다. 적게 먹는 쪽과 많이 먹는 쪽, 양쪽 끝이 거의 같은 크기의 위험을 보인 겁니다.

U자형 곡선이 말하는 것

이 연구는 베트남 하노이의 4개 대학병원에서 진행된 환자-대조군 연구입니다. 연구팀은 식도암, 위암, 대장암, 직장암, 폐암, 유방암 등 다양한 암 환자를 대상으로, 식사를 통한 비타민 A 섭취량과 암 발생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하루 섭취량이 85.3~104.0µg(레티놀 기준) 범위일 때 암 위험이 가장 낮았고, 이 범위를 기준으로 양쪽으로 벗어날수록 위험이 올라가는 U자형 곡선이 그려졌습니다.

이 패턴은 성별, 체질량지수,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고, 특히 식도암·위암·직장암·유방암에서 뚜렷했습니다. 다만 폐암과 대장암에서는 이 패턴이 일관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인 4명 중 3명, 부족 쪽에 서 있다

여기서 한국인의 현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한국인 가운데 비타민 A를 평균필요량 미만으로 섭취하는 비율이 약 75%에 달합니다. 4명 중 3명이 권장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인의 비타민 A 섭취는 당근, 시금치, 깻잎, 배추김치, 상추 같은 식물성 식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식물성 식품에 들어 있는 비타민 A 전구체인 카로티노이드는,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효율이 동물성 식품의 레티놀보다 훨씬 낮습니다.

이화여대 김유리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비타민 A 섭취량은 과거 단위인 RE로 환산하면 731.53µg이지만, 이 전환 효율을 반영한 현행 단위인 RAE로 바꾸면 377.97µg까지 떨어집니다. 성인 남성 권장량이 750~800µg RAE, 여성이 600~650µg RAE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섭취량이 권장량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셈입니다.

수치를 읽을 때 주의할 것

다만, 이 연구 결과를 곧바로 “비타민 A가 부족하면 암에 걸린다”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몇 가지 맥락을 함께 봐야 합니다.

먼저, 연구의 기준 범위인 85.3~104.0µg/day는 레티놀 단위입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RAE 단위와 직접 비교할 수 없으므로, 이 숫자를 그대로 자신의 섭취량과 대입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이 연구는 환자-대조군 설계여서, 암이 먼저 생긴 뒤 식습관이 바뀌었을 가능성(역인과)이나, 과거 식사를 떠올려 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차(회상 편향)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식사 조사에 사용된 설문도구의 비타민 A 측정 재현성이 R²=0.38로, 측정의 정밀도가 높지 않다는 점도 저자 스스로 한계로 밝히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기억할 것은, 고용량 베타카로틴 보충제의 위험입니다.

미국에서 진행된 CARET 연구에서는 흡연자 및 석면 노출 노동자가 고용량 베타카로틴과 레티닐팔미테이트를 보충제로 복용했을 때 폐암 위험이 28% 증가했고, ATBC 연구에서도 베타카로틴 보충제가 폐암 위험을 18% 높였습니다. ‘부족하니까 보충제로 채우자’는 단순한 접근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내 식탁에서 확인하는 비타민 A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어떻게 적정 범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앞서 본 한국 기준 권장량(남성 750~800, 여성 600~650µg RAE)을 음식으로 채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기준도 남성 900, 여성 700µg RAE로 비슷한 범위입니다.

예를 들어, 당근 반 컵(약 459µg RAE)에 달걀 한 개(약 75µg RAE)와 시금치 반 컵(약 573µg RAE)을 하루 식단에 나눠 넣으면 그것만으로 권장량을 넘깁니다. 고구마 한 개(약 1,403µg RAE)를 간식으로 먹는 것만으로도 하루 필요량을 충분히 채울 수 있습니다.

핵심은 보충제가 아니라 평소 식탁입니다. 녹황색 채소를 꾸준히 먹되, 동물성 식품인 달걀이나 유제품도 함께 챙기면 식물성 카로티노이드에만 의존하는 한계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비타민 A의 위험은 ‘많이 먹는 쪽’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보충제를 추가하기 전에, 오늘 내 식탁에 당근이나 시금치, 달걀이 있었는지부터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특정 영양소의 과다·부족이 걱정되거나 보충제 복용을 고려하고 계신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4개)
  1. Ikeda S et al. Vitamin A Intake and Risk of Cancer Incidence: Insights from a Case–Control StudyNutrients. 2025;17(17):2744. doi:10.3390/nu17172744
  2. 김유리.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비타민 AJournal of Nutrition and Health. 2022;55(2):201-210. doi:10.4163/jnh.2022.55.2.201
  3.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 Vitamin A and Carotenoids — Health Professional Fact Sheet.
  4. 질병관리청·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민건강영양조사 — 영양소별 섭취기준 미만 섭취자 분율. KO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