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킨케어 성분표에서 본 나이아신아마이드를 영양제 라벨에서 다시 마주친 적 있으신가요? 같은 이름인데 효과가 다르다는 설명에 혼란스러웠다면, 그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실제로 분자 자체는 똑같지만, 피부 위에 머무느냐 혈류를 타고 온몸으로 퍼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일을 합니다. 이 글에서는 나이아신아마이드가 피부 표면에서 하는 일과 몸속에서 하는 일을 나누어 살펴보고, 목적에 맞는 선택 기준을 정리합니다.
하나의 분자, 두 개의 출발선
나이아신아마이드는 수용성 비타민 B3의 한 형태입니다. 우리 몸은 이 분자를 받아들이면 NAD라는 조효소로 바꿔 씁니다. NAD는 체내에서 400가지가 넘는 효소 반응에 관여하는 핵심 부품으로, 에너지를 만들고, DNA를 고치고,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일에 두루 쓰입니다.
그런데 같은 분자라도 피부 표면에서 출발하느냐, 입을 통해 소장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여정을 걷게 됩니다. 화장품에 담긴 나이아신아마이드는 각질층이라는 얇은 장벽 안에서 대부분의 임무를 수행하고, 영양제로 삼킨 나이아신아마이드는 혈류를 타고 온몸의 세포에 NAD 원료를 공급합니다.
바르면 일어나는 일: 표피에 머무는 분자
화장품에 들어 있는 나이아신아마이드를 피부에 바르면, 이 분자는 각질층을 통과해 표피 쪽으로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깊이 들어갈수록 농도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 6명의 팔 안쪽 피부에 나이아신아마이드 용액을 바른 뒤, 공초점 라만 분광법이라는 비침습 측정 기술로 깊이별 농도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용매 조건에서 나이아신아마이드 신호는 피부 표면에서 조금만 깊이 내려가도 급격히 줄어들었고, 각질층 하부에 이르면 표면 대비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나이아신아마이드를 녹이는 용매나 제형에 따라 침투 깊이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바른 나이아신아마이드의 대부분은 피부의 가장 바깥쪽 얇은 층에 머문다는 뜻입니다.
색소 조절
그렇다면 이 좁은 범위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가장 잘 알려진 효과는 색소 조절입니다.
피부에서 멜라닌 색소는 멜라노사이트라는 세포가 만들어 주변 표피세포로 전달합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는 이 전달 과정 자체를 억제합니다. 멜라닌 색소가 담긴 작은 주머니(멜라노좀)가 표피세포로 건너가는 것을 막는 셈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실험실 공배양 모델에서 나이아신아마이드가 멜라노좀 전달을 35~68% 억제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같은 연구팀이 일본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도, 나이아신아마이드를 4주간 사용한 뒤 색소침착이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피부 장벽 강화
색소 조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피부 장벽 강화입니다.
피부 장벽은 세라마이드, 유리지방산, 콜레스테롤이라는 세 가지 지질이 벽돌 사이의 시멘트처럼 각질세포를 감싸고 있는 구조입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는 이 세 가지의 합성을 동시에 촉진합니다.
배양된 인체 표피세포에 나이아신아마이드를 처리하자 세라마이드 합성이 최대 5.5배까지 늘었고, 유리지방산은 2.3배, 콜레스테롤은 1.5배 증가했습니다. 건성 피부에 직접 발랐을 때도 각질층 내 세라마이드와 유리지방산 농도가 높아지면서 수분 손실이 줄어드는 결과가 확인되었습니다.
먹으면 일어나는 일: NAD 공장의 원료가 되다
입으로 삼킨 나이아신아마이드는 전혀 다른 여정을 시작합니다.
소장을 중심으로 대부분 흡수되어 혈류로 들어간 뒤, ‘구제 경로’라는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NAD로 전환됩니다. 이 경로를 간단히 말하면, 나이아신아마이드가 먼저 NAMPT라는 효소의 도움으로 NMN이라는 중간 물질이 되고, 여기에 한 단계가 더해져 최종적으로 NAD가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NAD가 중요한 이유는 세포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가 연료를 태울 때, DNA가 손상된 부분을 수리할 때, 노화와 관련된 시르투인 효소가 작동할 때 모두 이 분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 NAD가 줄어든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NAD가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콜로라도대학교 볼더 캠퍼스 연구팀이 기존 임상시험들을 종합 분석한 리뷰 논문에 따르면, 혈액·피부·뇌 등 다양한 조직에서 NAD 농도가 노화에 따라 약 10~80%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조직 종류와 측정 방법에 따라 편차가 크고, 일부 연구에서는 유의미한 감소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아직 학계에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먹으면 실제로 NAD가 보충될까?
그렇다면 나이아신아마이드를 먹으면 줄어든 NAD를 실제로 보충할 수 있을까요?
일본 하마마쓰 의과대학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 5명에게 나이아신아마이드 500mg을 한 번 복용하게 한 뒤 혈중 NAD 변화를 추적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복용 12시간 후 NAD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5명이라는 매우 작은 규모의 공개 시험이므로 이 결과만으로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같은 피험자에게 100mg을 투여하거나 물만 마시게 했을 때는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일정 용량 이상의 경구 나이아신아마이드가 혈중 NAD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같은 분자인데 왜 효과가 다른가
여기까지 읽으면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같은 분자인데 왜 바르는 것과 먹는 것의 효과가 이렇게 다를까요? 답은 분자가 도착하는 장소와 농도에 있습니다.
피부에 바른 나이아신아마이드는 앞서 확인한 것처럼 대부분 각질층~표피 상부에 머뭅니다. 이 좁은 공간에서 높은 농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멜라노좀 전달 억제나 장벽 지질 합성 촉진 같은 국소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반면, 도포된 나이아신아마이드가 피부를 뚫고 혈류까지 도달하여 전신적으로 NAD를 올린다는 보고는 현재까지 없습니다.
반대로, 입으로 삼킨 나이아신아마이드는 소장에서 흡수된 뒤 혈류를 통해 온몸에 분포됩니다. 전신의 세포에 NAD 원료를 공급하기에는 유리하지만, 특정 피부 부위에 화장품처럼 고농도로 도달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투여 경로에 따라 분자가 머무는 장소와 도달 농도가 달라지고, 이것이 효과 차이의 본질입니다.
목적별 선택 기준
선택 기준은 간단합니다. 거울에 보이는 문제가 고민인지, 거울에 보이지 않는 문제가 고민인지만 구분하면 됩니다.
바르는 쪽이 적합한 경우
색소침착이나 피부 건조·장벽 약화처럼 눈에 보이는 변화를 원한다면 도포가 적합합니다.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확인된 농도는 주로 5% 전후이며, 이 농도의 제품들이 시중에 가장 많습니다.
먹는 쪽을 고려할 수 있는 경우
전신의 에너지 대사나 세포 수준의 회복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목적이라면 경구 섭취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성인의 하루 권장섭취량은 여성 14mg, 남성 16mg(나이아신 당량 기준)이며, 보충제로 섭취할 경우 상한섭취량은 하루 35mg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상한은 피부 홍조 반응을 기준으로 정해진 수치인데, 나이아신아마이드는 니코틴산과 달리 홍조를 일으키지 않으므로 실제 부작용 역치는 이보다 높습니다. 다만 하루 3,000mg 이상의 고용량에서는 오심, 구토, 간 독성 징후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고용량 복용은 반드시 의료 전문가의 판단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둘 다 함께 써도 될까?
두 경로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피부에 바르면서 동시에 영양제로 섭취하더라도 작용 장소가 다르므로, 이론적으로 서로 간섭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 글은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보충제 섭취 용량을 조절하거나 고용량 복용을 고려하고 계신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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