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금치, 견과류, 차를 즐겨 먹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은 신장 결석이 반복되고, 비슷한 식단을 유지하는 다른 사람은 평생 한 번도 결석을 겪지 않습니다. 원인으로 흔히 “옥살산이 많은 음식”이 지목되지만, 같은 옥살산을 섭취해도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최근 연구들은 그 차이를 만드는 핵심 변수가 음식이 아니라 장 속에 있다고 가리키고 있습니다.
옥살산은 왜 위험한가 — 그리고 왜 ‘음식’ 프레임은 부족한가
옥살산은 시금치, 견과류, 차, 초콜릿 등에 많이 들어 있는 성분입니다. 문제는 우리 몸에 이 물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아예 없다는 점입니다. 포유류는 옥살산을 스스로 처리할 수 없고, 배출 경로는 딱 두 가지뿐입니다.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내보내거나, 장 속 세균이 분해해 주거나.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옥살산이 칼슘과 만나면 돌처럼 굳는데, 옥살산이 포함된 결석은 전체 신장 결석의 약 80%를 차지합니다.
그래서 “옥살산이 많은 음식을 피하라”는 조언이 흔히 나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프레임만으로는 같은 식단을 먹고도 누구는 결석이 생기고 누구는 괜찮은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빠진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옥살로박터, 옥살산만 먹고 사는 세균
그 변수는 장 속에 삽니다. ‘옥살로박터 포르미게네스(Oxalobacter formigenes)’라는 세균인데, 옥살산을 유일한 에너지원이자 탄소원으로 사용하는 아주 독특한 미생물입니다. 쉽게 말하면, 다른 세균들이 다양한 영양소를 먹고 사는 동안 이 세균은 오직 옥살산만 먹고 삽니다. 옥살산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인 뒤, 두 단계를 거쳐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구조입니다.
이 세균이 장에 살고 있으면, 음식으로 들어온 옥살산의 상당 부분이 장에서 분해됩니다. 신장까지 도달하는 옥살산이 줄어드니 결석 위험도 낮아집니다. 반대로 이 세균이 없으면, 옥살산은 고스란히 흡수되어 신장으로 향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보유율의 차이입니다. 여러 역학 연구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외부 문명과 접촉하지 않은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하드자족에게서는 80% 이상이 이 세균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미국과 영국 인구에서는 보유율이 약 30%에 불과했습니다. 이 세균을 가진 사람의 장내 미생물 다양성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항생제 한 번이 장내 옥살산 방어선을 무너뜨린다
그렇다면 이 세균은 왜 사라졌을까요? 가장 강력한 용의자는 항생제입니다.
뉴욕대 연구팀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추적한 결과, 치료 전 이 세균을 보유하고 있던 8명 중 6주 후에도 양성을 유지한 사람은 단 2명(25%)뿐이었습니다. 항생제를 받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20명 중 19명(95%)이 양성을 유지했습니다. 6개월이 지난 뒤에도 치료군의 회복은 제한적이어서 8명 중 3명(37.5%)만 양성으로 돌아왔고, 대조군 24명 중에서는 20명(83.3%)이 여전히 양성이었습니다. 한 번의 항생제 치료가 이 세균을 거의 쓸어버렸고, 반년이 지나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입니다.
더 큰 그림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소아병원 연구팀이 영국의 1,300만 명 이상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결석 환자 약 2만 6천 명과 대조군 약 26만 명을 비교한 대규모 연구에서, 설파제, 세팔로스포린, 플루오로퀴놀론, 니트로푸란토인, 광범위 페니실린 등 5개 종류의 경구 항생제가 신장 결석 위험 증가와 연관되었습니다. 위험도는 항생제 종류에 따라 1.27배에서 2.33배까지 차이를 보였고, 특히 어린 나이에 노출되었을 때와 최근에 노출되었을 때 위험이 가장 컸습니다. 항생제를 복용한 지 3~5년이 지난 뒤에도 대부분의 항생제에서 결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은 상태가 유지되었습니다.
고지방·고당류 식단도 같은 세균을 죽인다
항생제만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팀이 마우스 모델에서 확인한 결과, 항생제 없이 고지방·고당류 식단만으로도 장내 미생물의 옥살산 분해 기능이 유의미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저하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가지가 서로 다른 경로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항생제는 옥살산을 분해하는 세균의 수 자체를 급격히 줄였습니다. 세균 수가 일부 회복된 뒤에도 옥살산 분해 기능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반면 고지방·고당류 식단은 먼저 옥살산 분해 기능이 떨어지고, 그 뒤를 이어 세균이 점차 줄어드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전체적인 장내 미생물 구성이 바뀌면서 기능이 상실된 것입니다. 결국 항생제든 식단이든, 최종 결과는 같습니다. 장이 옥살산을 처리하는 능력을 잃는다는 것입니다.
옥살로박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 옥살산 분해 ‘길드’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발견이 있습니다. 옥살산 분해는 옥살로박터 하나가 전담하는 일이 아닙니다.
2025년 발표된 종합 리뷰에 따르면, 인간의 장내 세균 가운데 35% 이상이 옥살산과 관련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그중 10~15%는 옥살산을 유일한 탄소원으로 삼아 실제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 세균들은 종(種)은 다르지만 같은 대사 역할을 공유하고 있어서, 연구자들은 이를 ‘대사적 길드(metabolic guild)’, 즉 같은 일을 하는 미생물 조합이라고 부릅니다.
이 길드 개념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2025년에 발표된 복합 시스템 모델링 연구에서는, 옥살로박터를 투여했을 때 효과가 있었던 경우가 기존 장내 미생물의 옥살산 분해 능력이 낮은 배경에서뿐이었습니다. 이미 다양한 분해 세균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장에서는 옥살로박터를 추가로 넣어도 뚜렷한 변화가 없었습니다. 즉, 중요한 것은 특정 세균 한 종이 아니라 장 전체의 옥살산 처리 역량이라는 뜻입니다.
프로바이오틱스로 해결할 수 있을까 — 현재의 가능성과 한계
그렇다면 사라진 세균을 프로바이오틱스로 보충하면 되지 않을까요? 아이디어는 좋지만, 현실은 아직 녹록지 않습니다.
옥살로박터를 프로바이오틱스로 투여한 임상시험 9건을 종합 분석한 결과, 유의미한 소변 옥살산 감소를 보인 것은 절반 정도에 그쳤습니다. 8건의 연구를 메타분석한 수치로 보면, 24시간 소변 옥살산이 평균 10mg 감소하긴 했지만, 연구 간 결과 차이가 매우 커서 이질성 지표(I²)가 91.5%에 달했습니다. 이는 연구마다 결과가 크게 엇갈렸다는 뜻입니다. 어떤 환자에게는 효과가 있었고, 어떤 환자에게는 거의 없었습니다.
한편, 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 등 다양한 유산균 균주를 이용한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동물 실험과 소규모 인체 연구에서 소변 옥살산 감소가 관찰되었지만, 균주마다 결과가 다르고 장기적 정착이 어렵다는 한계가 공통적으로 보고됩니다. 최신 리뷰들이 내린 결론은, 특정 세균 한 종을 보충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장내 생태계 전체의 대사 역량을 평가하고 복원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 — 장내세균 관점의 실천 가이드
아직 ‘옥살산 분해 세균을 확실히 복원하는 방법’이 임상시험으로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가 가리키는 방향은 비교적 뚜렷합니다.
첫째,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항생제 한 번으로 옥살산 분해 세균이 크게 줄어든 뒤, 반년이 지나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감기 같은 바이러스 질환에 항생제를 쓰는 습관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는지를 시사합니다.
둘째,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식단입니다. 고지방·고당류 식단이 옥살산 분해 기능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린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있고, 반대로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에서는 다양한 옥살산 분해 세균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인간 대상 무작위 대조시험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채소·통곡물·발효식품 중심의 식단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한다는 일반적인 근거와 방향이 일치합니다.
셋째, 옥살산이 많은 음식을 먹을 때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함께 먹는 것입니다. 칼슘은 장 안에서 옥살산과 먼저 결합해 불용성 덩어리를 만들기 때문에, 옥살산이 혈액으로 흡수되는 양이 줄어듭니다. 시금치를 먹을 때 치즈나 우유를 곁들이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결석 위험을 낮추는 핵심은 시금치를 끊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시금치를 처리할 수 있는 장 속 환경을 지키는 것, 그것이 연구들이 가리키는 방향입니다.
이 글은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결석이 반복되거나 식단·약물 변경을 고려하고 계신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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