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차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이미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뇌가 늙는 속도’를 실제로 늦출 수 있다면 어떨까요? 2025년, 하버드 T.H. Chan 공중보건대학원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이 약 300명을 18개월간 추적한 끝에, 녹차를 포함한 특정 식단 조합이 뇌 노화와 관련된 혈중 단백질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핵심은 녹차 ‘한 가지’가 아니라, 녹차가 포함된 ‘식단 전체의 설계’였습니다.
18개월, 300명, 세 가지 식단 — 무엇이 달랐나
이 연구는 DIRECT PLUS라는 대규모 임상시험의 일부로, 《Clinical Nutrition》 2025년 10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30세 이상의 비만 또는 이상지질혈증을 가진 약 300명의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눠 18개월간 서로 다른 식단을 따르게 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일반적인 건강 식단 가이드라인을 따랐습니다. 두 번째 그룹은 칼로리를 제한한 전통적인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했고, 여기에 하루 28g의 호두가 포함되었습니다. 세 번째 그룹이 이번 연구의 주인공인 ‘그린 지중해식 식단’ 그룹인데, 전통 지중해식에 녹차 3~4잔, 만카이(Mankai)라는 수생식물, 그리고 동일한 양의 호두를 더하고, 대신 붉은 고기와 가공육을 크게 줄였습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혈액에서 87종의 단백질을 측정하고, 동시에 뇌 MRI를 촬영해 ‘뇌 나이 갭(Brain Age Gap)’을 산출했습니다. 쉽게 말해, 실제 나이보다 뇌가 얼마나 더 늙었는지를 수치로 본 것입니다. 그 결과, 갈렉틴-9(Galectin-9)과 데코린(Decorin)이라는 두 가지 단백질의 수치가 높을수록 뇌가 실제 나이보다 더 빨리 노화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18개월 후, 그린 지중해식 식단 그룹에서 갈렉틴-9 수치가 일반 건강 식단 그룹 대비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연구를 공동 이끈 하버드 Chan 스쿨의 아나트 메이르(Anat Meir) 박사후연구원은 “혈중 단백질 변화를 추적하면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에 뇌 건강의 생물학적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린 지중해식’은 보통 지중해식과 뭐가 다를까
지중해식 식단은 이미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린 지중해식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버전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폴리페놀 섭취량입니다. 전통 지중해식 그룹은 호두를 통해 하루 약 440mg의 폴리페놀을 추가로 섭취한 반면, 그린 지중해식 그룹은 녹차·만카이·호두를 합쳐 하루 약 1,240mg을 섭취했습니다. 거의 세 배 차이입니다.
폴리페놀은 식물이 만들어내는 항산화 물질로, 체내 염증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연구팀은 녹차와 만카이에 풍부한 항염증 분자가 뇌 노화 관련 단백질 수치를 낮추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붉은 고기와 가공육을 줄인 것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하면, 이 연구에서 효과가 확인된 것은 녹차 단독이 아니라 ‘녹차 3~4잔 + 호두 28g + 만카이 + 붉은 고기 제한’이라는 식단 패키지 전체입니다. 녹차만 마신다고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반 녹차와 말차, 뭘 마셔야 할까
이 연구에서 참가자들이 마신 것은 찻잎을 우려내는 일반적인 녹차였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인기 있는 말차(matcha)는 어떨까요?
말차는 차나무 잎을 통째로 갈아 만든 분말을 물에 풀어 마시는 방식이라, 잎을 우려내고 버리는 일반 녹차보다 EGCG(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나 L-테아닌 같은 핵심 성분의 농도가 높습니다. Verywell Health에 따르면, 말차는 일반 녹차보다 카테킨과 테아닌 함량이 더 높아 뇌 건강 측면에서 잠재적 이점이 클 수 있습니다.
다만, 말차는 카페인 함량도 일반 녹차보다 높습니다. 일반 녹차 한 잔(약 240ml)에 카페인이 약 30~50mg 들어 있는 반면, 말차 1티스푼(약 2g)에는 약 35mg 이상이 포함됩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영양사 줄리아 줌파노는 말차의 경우 하루 2~4티스푼을 넘지 않도록 권장합니다. 어떤 형태를 선택하든,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핵심 성분인 폴리페놀과 카테킨은 둘 다 함유하고 있으므로, 본인의 카페인 민감도와 취향에 맞춰 선택하면 됩니다.
하루에 몇 잔? 그리고 주의할 점
연구에서 그린 지중해식 그룹이 마신 녹차는 하루 3~4잔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카페인 섭취량은 약 90~200mg 수준으로, 메이요 클리닉이 제시하는 성인 하루 카페인 안전 상한선인 400mg에 한참 못 미칩니다. 하지만 매일 커피를 마시는 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커피 한 잔(약 240ml)에 약 95mg의 카페인이 들어 있으므로, 커피 2잔에 녹차 3잔을 더하면 하루 카페인 섭취량이 상한선에 꽤 가까워집니다.
임산부나 수유 중인 분은 하루 카페인 섭취를 200mg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또한 녹차는 철분 보충제나 일부 콜레스테롤 약(아토르바스타틴 등)과 상호작용할 수 있으므로,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의료진과 먼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연구,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
솔직히 말하면, 이 연구 하나로 “녹차가 뇌 노화를 막는다”고 단정짓기는 이릅니다. 참가자의 약 90%가 남성이었고, 비만이나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결과입니다. 일반 인구 전체에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해켄색 메리디안 의료센터의 자스딥 훈달(Jasdeep S. Hundal) 박사도 “더 장기적이고 다양한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약이 아닌 ‘먹는 것의 변화’만으로 뇌 건강의 생물학적 지표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훈달 박사의 말처럼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대부분의 퇴행성 뇌질환에는 아직 완치법이 없기 때문에, 식단 같은 생활 습관 요인은 사람들이 실제로 바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녹차 한 잔이 마법의 약은 아닙니다. 하지만 호두 한 줌을 곁들이고, 붉은 고기를 조금 줄이고, 채소와 생선 중심의 식사를 꾸준히 이어가는 식탁 위에서라면, 그 한 잔은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출처 (7개)
- Yaskolka Meir, A., Kaplan, A., Tsaban, G., et al. (2025). Serum Galectin-9 and Decorin in relation to brain aging and the green-Mediterranean diet: A secondary analysis of the DIRECT PLUS randomized trial. Clinical Nutrition, 53, 99–108. https://pubmed.ncbi.nlm.nih.gov/40897150/
-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2025.9.11). Green-Mediterranean diet may slow brain aging. https://hsph.harvard.edu/news/green-mediterranean-diet-may-slow-brain-aging/
- Harvard Health Publishing. (2025.11.19). A green-Mediterranean diet may slow brain aging. https://www.health.harvard.edu/nutrition/a-green-mediterranean-diet-may-slow-brain-aging
- Medical News Today. (2025.9.25). Brain aging: Green-Mediterranean diet, 2 key foods may help. https://www.medicalnewstoday.com/articles/green-mediterranean-diet-including-green-tea-may-help-slow-brain-aging
- Verywell Health. (2025.10.1). Matcha vs. Green Tea: Which Is Better for Energy, Focus, and Heart Health? https://www.verywellhealth.com/matcha-vs-green-tea-11822094
- Cleveland Clinic. Green Tea Health Benefits. https://health.clevelandclinic.org/green-tea-health-benefits
- Mayo Clinic. Caffeine: How much is too much? https://www.mayoclinic.org/healthy-lifestyle/nutrition-and-healthy-eating/in-depth/caffeine/art-20045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