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탕을 줄여야 한다는 말은 익숙합니다. 그런데 “한 끼에 10g 이하로 드세요”라고 하면 어떤가요? 올해 1월,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가 공동 발표한 새 식단 가이드라인(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 2025–2030)에 처음 등장한 이 기준은 기존의 ‘하루 50g’과는 결이 다릅니다. 숫자만 줄어든 게 아니라, 기준의 단위 자체가 ‘하루’에서 ‘한 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10g이 생각보다 적다는 겁니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설탕’은 정확히는 첨가당(added sugars)입니다. 식품을 만들 때 따로 넣은 설탕을 뜻합니다. 과일에 원래 들어 있는 과당이나 우유의 유당 같은 천연 당류와는 구분되는 개념이고, 설탕·액상과당·물엿·시럽·꿀·농축과일주스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10g, 정확히 어느 정도일까
숫자만으로는 감이 오지 않으니, 우리에게 익숙한 단위로 바꿔 보겠습니다. 첨가당 10g은 각설탕 약 2.5개, 티스푼으로 약 2.5스푼에 해당합니다. 카페에서 커피에 설탕 스틱 하나를 넣으면 보통 5g이니, 스틱 두 개면 이미 한 끼 기준에 도달하는 양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 10g이 ‘한 끼에 먹는 모든 음식과 음료에 포함된 첨가당의 합산’이라는 점입니다. 설탕 스틱을 직접 넣는 경우만이 아니라, 요거트에 들어간 시럽, 시리얼에 코팅된 설탕, 음료에 녹아 있는 액상과당까지 전부 포함입니다. 이걸 염두에 두고 아침 식탁을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
내 아침 식탁 점검
한국인이 아침에 흔히 먹거나 마시는 식품의 당류 함량을 모아 봤습니다. 한국 영양성분표에는 ‘첨가당’이 별도로 표시되지 않고 총 당류만 나오기 때문에, 아래 수치는 총 당류 기준입니다. 천연 당류가 일부 포함된 수치이므로 실제 첨가당은 이보다 적을 수 있지만, 가공 과정에서 설탕이 상당량 들어가는 제품들이라 대략적인 감을 잡기에는 충분합니다.
카페에서 사 오는 시럽 커피(바닐라라떼·카라멜마키아토 등)는 한 잔에 당류가 평균 37g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시럽 커피 29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인데, 한 끼 10g 기준의 3.7배에 해당합니다. 편의점에서 집어 드는 달콤한 토핑 요거트(비요뜨 등)는 한 개에 당류가 약 24g, 시리얼(코코볼 등) 한 컵(30g)은 약 9g입니다. 요거트 하나만으로도 10g의 두 배를 훌쩍 넘기고, 시리얼조차 한 컵이면 기준선에 거의 닿습니다. 오렌지주스 한 잔(200ml)은 평균 18g, 커피믹스 한 봉지는 약 5~7g입니다.
이걸 조합해 보면 상황이 더 명확해집니다. 아침에 커피믹스 한 잔(약 6g)과 토핑 요거트 하나(약 24g)를 함께 먹으면, 한 끼에 섭취하는 당류만 30g입니다. 이전 가이드라인의 하루 기준(50g)으로도 절반을 넘기고, 새 기준의 한 끼 상한(10g)으로는 세 배를 초과합니다.
왜 ‘하루’에서 ‘한 끼’로 바뀌었을까
이전 가이드라인(2020–2025)은 “하루 총 칼로리의 10% 미만을 첨가당으로 섭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하루 2,000kcal 기준으로 약 50g, 각설탕 약 12.5개에 해당하는 양이었습니다. 한국의 식약처 기준도 이와 동일하게 “첨가당은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를 권장하고 있고, WHO 역시 같은 수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하루 50g’이라는 기준이 실생활에서 관리하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하루에 먹는 모든 음식의 첨가당을 합산해서 50g 이하로 유지하라는 건, 매 끼니와 간식을 전부 추적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새 가이드라인이 ‘한 끼 10g’이라는 식사 단위로 쪼개 제시한 건, 이런 비현실성을 의식한 결과로 보입니다. 한 끼 단위로 생각하면 눈앞의 식사에서 바로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의 분석 기사는 흥미로운 지적을 덧붙입니다. “사람들이 보통 식사 단위로 첨가당을 추적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준 자체는 더 직관적이 되었지만, 한국 영양성분표에는 아직 ‘첨가당’이 별도로 표시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기준을 곧바로 실천에 옮기기엔 여전히 간극이 있는 셈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톤의 변화입니다. 이전 가이드라인이 “10% 이내로 제한하라”는 비교적 온건한 표현이었다면, 새 가이드라인은 “어떤 양의 첨가당이나 비영양 감미료도 건강한 식단의 일부로 권장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10g은 ‘안전한 양’이 아니라 ‘최대 허용선’이라는 뜻입니다.
오늘부터 쓸 수 있는 전략
완벽하게 첨가당을 끊는 건 현실적이지도,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10g’이라는 기준을 알고 나면,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영양성분표를 볼 때 ‘당류’ 행을 가장 먼저 확인하는 습관입니다. 한국 제품에는 첨가당이 따로 표시되지 않지만, 총 당류만으로도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플레인 우유의 당류는 200ml에 약 9g인데, 이건 대부분 유당(천연 당류)입니다. 반면 달콤한 맛이 나는 가공식품의 당류 수치가 이보다 훨씬 높다면, 그 차이의 상당 부분이 첨가당일 가능성이 큽니다.
두 번째는 가당 제품을 무가당으로 바꾸는 단순한 스왑입니다. 토핑 요거트 대신 플레인 요거트를 선택하면 당류가 24g에서 5g 이하로 줄어듭니다. 시럽 커피 대신 아메리카노나 무가당 라떼를 고르면 한 잔에 들어가는 첨가당은 사실상 0g에 가까워집니다. 단맛이 아쉽다면, 시럽 양을 반으로 줄여달라고 주문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차이가 생깁니다.
세 번째는 ’10g 예산’이라는 사고방식입니다. 한 끼에 쓸 수 있는 첨가당 예산이 10g이라고 생각하면, 어디에 배분할지 자연스럽게 계산하게 됩니다. 아침에 시리얼(약 9g)을 먹기로 했다면, 음료는 블랙커피나 물을 선택해서 예산 안에 맞추는 식입니다. 완벽한 계산보다는, “이 조합이면 10g을 크게 넘기겠다” 정도의 감각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기준을 아는 것이 첫 번째 줄이기
새 가이드라인의 ‘한 끼 10g’은 미국 기준이고, 한국의 공식 권고와 직접 연동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숫자가 유용한 건, 그동안 막연했던 “설탕을 줄이세요”라는 메시지에 처음으로 한 끼 단위의 구체적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 중 상당수가 이 기준을 가볍게 넘긴다는 사실을 아는 것, 그리고 영양성분표에서 당류 수치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그것만으로도 첨가당을 줄이는 첫 걸음은 이미 시작된 셈입니다.
출처 (10개)
-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 2025–2030 (USDA/HHS, 2026년 1월 발표) — “no amount of added sugars or non-nutritive sweeteners is recommended or considered part of a healthy or nutritious diet, one meal should contain no more than 10 grams of added sugars.” https://cdn.realfood.gov/DGA.pdf
-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The Nutrition Source,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 2025-2030: Progress on added sugar, protein hype, saturated fat contradictions” (2026.1.9) https://nutritionsource.hsph.harvard.edu/2026/01/09/dietary-guidelines-for-americans-2025-2030/
-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 2020–2025 (USDA/HHS) — 첨가당 기준: 하루 총 칼로리의 10% 미만
- 보건복지부·한국영양학회, 201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 첨가당: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
- 한국소비자원, “커피·음료 전문점의 영양성분 자율 표시 확대 필요” 보도자료 (2022.4) — 시럽 커피류 29개 제품 1컵당 평균 당류 37g
- 한국소비자원, 커피믹스 품질 비교 (2024.8) — 일반 커피믹스 스틱 1개당 당류 5.2~7.1g
- 한국소비자원, 오렌지주스 당류 함량 조사 (2015.1) — 200ml 기준 평균 당류 약 18g
- 서울우유 비요뜨 영양성분표 — 1개당 당류 24g
- 동서식품 코코볼 영양성분표 — 1회 제공량(30g)당 당류 9g
- CDC, “Get the Facts: Added Sugars” https://www.cdc.gov/nutrition/php/data-research/added-sugar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