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대신 넣은 에리스리톨, 혈관에는 더 나쁠 수 있습니다

주방 카운터 위 투명 유리 그릇에 담긴 하얀 감미료 분말과 그 옆에 놓인 빨간 청진기

키토 아이스크림, 무설탕 에너지바, 제로 칼로리 음료… ‘설탕 없이도 달다’는 문구 뒤에는 거의 빠짐없이 에리스리톨이 들어 있습니다. 칼로리가 거의 없고, 혈당도 올리지 않아서 건강한 단맛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죠. 그런데 2023년부터 세계적인 의료기관에서 연달아 발표된 연구 결과는, 이 ‘착한 감미료’에 대한 믿음을 정면으로 흔들고 있습니다.

에리스리톨, 뭐가 문제라는 걸까

에리스리톨은 옥수수를 발효시켜 만드는 당알코올의 일종입니다. 설탕의 약 70% 감미도를 가지면서도 칼로리는 거의 제로에 가깝고, 혈당 지수에도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뇨 환자, 다이어트 중인 사람, 키토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단맛’으로 널리 권장되어 왔습니다.

문제는, 이 성분이 몸속에서 거의 대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먹은 에리스리톨의 대부분은 분해되지 않은 채 혈류로 들어가고, 소변으로 천천히 빠져나갑니다. 우리 몸도 자연적으로 극소량의 에리스리톨을 만들지만, 가공식품에 첨가되는 양은 그 자연 수준의 1,000배 이상입니다. 이 ‘축적’이 혈관에서 어떤 일을 일으키는지, 최근 3년간의 연구가 윤곽을 그려가고 있습니다.

3년간 쌓인 연구, 무엇이 밝혀졌나

이 주제의 출발점은 2023년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스탠리 헤이즌(Stanley Hazen) 박사 연구팀이 Nature Medicine에 발표한 대규모 연구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4,000명 이상을 추적 조사한 결과, 혈중 에리스리톨 농도가 상위 25%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하위 25%에 비해 향후 3년 내 심장마비·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 사건을 겪을 위험이 약 2배 높았습니다. 연구팀은 추가 실험에서, 에리스리톨이 혈소판(피를 굳게 하는 혈액 성분)을 더 쉽게 활성화시켜 혈전 형성을 촉진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1년 뒤인 2024년 8월, 같은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건강한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한 직접 섭취 실험(개입 연구)을 진행한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무설탕 음료 한 캔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양인 30g의 에리스리톨을 물에 타서 마셨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섭취 30분 만에 혈중 에리스리톨 농도가 기저치 대비 1,000배 이상 급등했고, 혈소판 응집(혈전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습니다. 같은 양의 포도당(설탕)을 마신 대조군에서는 이런 변화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는 미국심장학회 학술지 Arteriosclerosis, Thrombosis and Vascular Biology에 실렸습니다.

2025년에는 콜로라도대학교 볼더 캠퍼스 연구팀이 또 다른 각도에서 증거를 보탰습니다.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에 발표된 이 연구는 에리스리톨이 뇌혈관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무설탕 음료 한 잔 분량의 에리스리톨에 뇌혈관 내피세포를 3시간 노출시킨 결과, 혈관을 이완시키는 산화질소(NO) 생성은 줄고, 혈관을 수축시키는 엔도텔린-1은 늘었습니다. 혈전을 녹이는 천연 물질인 t-PA의 생성도 현저히 떨어졌고,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ROS)는 증가했습니다. 혈관이 수축하고, 혈전을 분해하는 능력까지 떨어진다면 뇌졸중 위험은 당연히 올라간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정리하면, 이 3년의 연구 흐름은 “에리스리톨이 위험할 수 있다”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역학 데이터(2023) → 인체 개입 실험(2024) → 세포 수준 메커니즘 규명(2025)으로 근거의 깊이가 단계적으로 쌓여온 과정입니다.

그러면 당장 끊어야 할까

여기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3년 연구는 관찰 연구(observational study)입니다. 혈중 에리스리톨이 높은 사람에게 심혈관 사건이 더 많았다는 ‘상관관계’를 보여주지만, 에리스리톨이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2024년 개입 연구는 인과관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갔지만 참여자가 20명으로 소규모였고, 2025년 콜로라도대 연구는 실험실의 세포 실험(in vitro)이라 인체에서 동일한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FDA는 에리스리톨을 여전히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로 분류하고 있고, 장기 임상 시험 의무도 없는 상태입니다. 연구를 이끈 헤이즌 박사 본인도 “추가적인 장기 임상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즉, 근거가 빠르게 축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결론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그렇다고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현명한 태도는 아닙니다. 특히 당뇨, 비만, 대사증후군 등 심혈관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분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에리스리톨 함유 제품이 가장 적극적으로 권장되어 온 대상이 바로 이 고위험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할까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헤이즌 박사는 꽤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심혈관 질환, 당뇨, 대사증후군 등 혈전 위험이 높은 분이라면, 에리스리톨 같은 당알코올로 단맛을 낸 음식보다 소량의 설탕이 들어간 간식을 가끔 먹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먼저, 라벨을 꼼꼼히 읽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무설탕’, ‘키토’, ‘당류 0g’ 같은 문구가 붙은 가공식품에는 에리스리톨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분표에서 ‘에리스리톨’ 또는 ‘당알코올(sugar alcohol)’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다만, 미국 FDA 규정상 당알코올은 개별 성분을 반드시 표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성분표에 명시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대안 감미료로는 스테비아(드로퍼형, 에리스리톨 미함유 제품)나 몽크프루트(나한과) 추출물이 거론됩니다. 알룰로스도 현재까지 심혈관 위험과의 연관성이 보고되지 않은 대안으로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 역시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완벽하게 안전한 감미료”를 찾기보다, 단맛에 대한 의존 자체를 줄여가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전략입니다. 메이요 클리닉은 달콤한 것이 필요할 때 과일 한 조각을 선택하라고 권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심혈관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주치의나 영양사와 상담하는 일입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당뇨 환자가 영양사를 자주 만날수록 수명이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다”고 강조합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는 맞춤 조언이 인터넷 정보보다 언제나 우선입니다.

정리하며

에리스리톨은 아직 법적으로 ‘안전한 성분’입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쌓여온 연구들은 “정말 그런가?”라는 물음을 점점 더 강하게 던지고 있습니다. 역학 데이터에서 시작해, 인체 실험, 세포 수준의 메커니즘까지 — 하나의 연구가 아니라 연구 흐름 전체를 읽어야 그림이 보입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일은 공포에 빠지는 것도, 무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먹는 식품의 성분을 한 번 더 확인하고, 특히 심혈관 위험 요인이 있다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 연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정보를 갖추고 판단하는 일은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출처 (9개)
  1. Witkowski M, Nemet I, Alamri H, et al. The artificial sweetener erythritol and cardiovascular event risk. Nature Medicine. 2023;29:710-718. doi:10.1038/s41591-023-02223-9
  2. Witkowski M, Nemet I, Li XS, et al. Ingestion of the Non-Nutritive Sweetener Erythritol, but Not Glucose, Enhances Platelet Reactivity and Thrombosis Potential in Healthy Volunteers. Arteriosclerosis, Thrombosis, and Vascular Biology. 2024;44(10). doi:10.1161/ATVBAHA.124.321019
  3. Berry A, DeSouza C. The Non-Nutritive Sweetener Erythritol Adversely Affects Brain Microvascular Endothelial Cell Function.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2025. doi:10.1152/japplphysiol.00276.2025
  4. Cleveland Clinic. “Is Erythritol Bad for You? Uses and Side Effects.” Cleveland Clinic Health Essentials. 2025년 1월 8일. https://health.clevelandclinic.org/erythritol
  5. Cleveland Clinic Newsroom. “Cleveland Clinic Study Adds to Increasing Evidence That Sugar Substitute Erythritol Raises Cardiovascular Risk.” 2024년 8월 8일. https://newsroom.clevelandclinic.org/2024/08/08/cleveland-clinic-study-adds-to-increasing-evidence-that-sugar-substitute-erythritol-raises-cardiovascular-risk
  6. NIH Research Matters. “Erythritol and cardiovascular events.”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2023년 3월 14일. https://www.nih.gov/news-events/nih-research-matters/erythritol-cardiovascular-events
  7. Mayo Clinic. “Mayo Clinic Q and A: Is erythritol a safe and healthy sugar substitute?” Mayo Clinic News Network. 2023년 9월 19일. https://newsnetwork.mayoclinic.org/discussion/mayo-clinic-q-and-a-is-erythritol-a-safe-and-healthy-sugar-substitute/
  8. Harvard Health Publishing. “Sugar substitutes: New cardiovascular concerns?” Harvard Medical School. 2023. https://www.health.harvard.edu/heart-health/sugar-substitutes-new-cardiovascular-concerns
  9.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Common sugar substitute shown to impair brain cells, boost stroke risk.” CU Boulder Today. 2025년 7월 14일. https://www.colorado.edu/today/2025/07/14/common-sugar-substitute-shown-impair-brain-cells-boost-stroke-ri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