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뽕잎차가 혈당 관리에 좋다는 이야기는 이제 상식처럼 퍼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당뇨약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도 같은 말이 적용될까요? 뽕잎이 혈당을 낮추는 바로 그 원리가, 처방약과 겹치는 순간 ‘효능’이 아니라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뽕잎의 혈당 강하 기전이 당뇨약과 어떻게 충돌하는지, 그리고 왜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지를 짚어 봅니다.
뽕잎은 어떻게 혈당을 낮추는가
뽕잎에는 DNJ(1-데옥시노지리마이신)라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름이 어렵지만 역할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우리가 밥이나 빵을 먹으면, 소장의 ‘알파-글루코시다아제’라는 효소가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잘게 쪼갭니다. 포도당이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지면 식후 혈당이 확 올라가는데, DNJ는 포도당과 구조가 비슷해서 효소가 포도당으로 ‘착각’하고 붙잡는 사이, 실제 탄수화물 분해가 느려집니다.
한남대 연구팀이 뽕잎 추출물(MLE)을 시험관·동물 실험으로 검증한 결과도 이 원리를 뒷받침합니다. MLE는 알파-글루코시다아제를 강하게 억제하면서도, 전분을 분해하는 또 다른 효소(알파-아밀라아제)는 거의 억제하지 않았습니다. 쥐에게 전분·말토스·수크로스를 먹인 뒤 MLE를 함께 투여하자, 식후 혈당 상승이 줄어드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쉽게 말해 뽕잎은 ‘천연 혈당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동물실험 수준이므로, 사람에게 같은 크기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당뇨약도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혈당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사람에게 브레이크를 하나 더 얹으면 어떻게 될까요? 병원에서 처방하는 당뇨약 중 아카보스(글루코바이)와 보글리보스(베이슨)가 바로 알파-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입니다. 뽕잎의 DNJ와 작동 원리가 같습니다.
베이징대학교 제1병원 연구팀이 제2형 당뇨 환자 38명을 대상으로 24주간 진행한 이중맹검 임상시험이 이 겹침을 잘 보여줍니다. 한 그룹에는 뽕나무 가지에서 추출·정제한 알칼로이드 정제(SZ-A, 주성분 DNJ)를, 다른 그룹에는 아카보스를 투여했습니다. 두 그룹 모두 당화혈색소(HbA1c)와 식후 혈당이 유의하게 떨어졌고, 두 그룹 사이에 통계적 차이는 없었습니다. 정제된 DNJ 분획이 처방약과 유사한 수준으로 혈당을 낮춘 것입니다. SZ-A는 뽕나무 가지에서 알칼로이드만 분리·농축한 의약품 수준의 정제물로, 일반적으로 우려 마시는 뽕잎차와는 DNJ 함량과 순도가 크게 다릅니다. 그럼에도 DNJ라는 성분 자체가 처방약에 버금가는 혈당 강하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같은 실험에서 드러난 또 다른 함정이 있습니다. 소화기 부작용(가스, 설사 등)은 아카보스 그룹이 33.33%인 반면, SZ-A 그룹은 4.76%에 그쳤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뽕잎 추출물이 알파-아밀라아제는 거의 건드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작용이 적다는 건 좋은 소식처럼 들리지만, 뒤집어 보면 환자 입장에서 ‘몸에 이상이 없으니 괜찮겠지’라고 판단하기 쉽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약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 경고 신호는 덜 울리는 셈이니까요.
메트포르민까지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알파-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가 아닌 다른 당뇨약, 예를 들어 가장 널리 쓰이는 메트포르민은 괜찮을까요?
충남대학교 약학대학 연구팀이 당뇨를 유발한 쥐에게 뽕잎 추출물을 3주간 먹인 뒤 메트포르민을 투여한 실험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뽕잎 추출물을 미리 먹은 쥐는 메트포르민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습니다. 메트포르민은 주로 신장을 통해 배출되는데, 뽕잎 추출물이 신장의 약물 수송체(hOCT2)를 억제해 배출 통로를 좁힌 것입니다.
약이 몸에 더 오래 남으면 혈당을 낮추는 효과도 그만큼 강해집니다. 실제로 같은 실험에서 뽕잎을 미리 먹인 그룹의 혈당 강하 효과가 뚜렷하게 증가했습니다. 이 역시 동물실험이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뽕잎이 같은 기전의 약과만 겹치는 게 아니라, 다른 기전의 약물까지 체내에 더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공신력 있는 기관들도 이 위험을 인정합니다. 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NCCIH)는 공식 팩트시트에서 “뽕잎을 당뇨약과 함께 복용하면 혈당이 과도하게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의약품 정보 사이트 WebMD 역시 “뽕잎이 약물 수송체의 작동 방식을 바꿔 약물의 체내 잔류량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권고는 한결같이 “의료진과 상담하라”는 한 문장으로 끝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약과 어떤 용량에서 문제가 되는지를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는 상황입니다.
뽕잎이 혈당을 낮추는 ‘방식’이 당뇨약과 겹친다는 사실 하나만 기억해도, 이후 판단의 출발점은 달라집니다. 중요한 건 인터넷에서 먹어도 되는지를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담당 의사에게 지금 뽕잎을 먹고 있다고 알리는 것입니다. 그 한마디가 약 용량 조절의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당뇨약 복용 중 뽕잎차·뽕잎 보충제의 섭취를 고려하고 계시다면,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5개)
- Roghan HB, Sekar I, Sivaprakash M. Critical review of 1-deoxynojirimycin (DNJ) in mulberry in curing diabetes mellitus. Pharmacognosy Magazine. 2025. doi:10.1177/09731296251383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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