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피는 왜 ‘인삼’이라는 이름을 빼앗겼을까

밝은 주방에서 보충제 병의 라벨을 꼼꼼히 읽고 있는 사람의 손과 병 클로즈업

오가피를 검색하면 ‘시베리아 인삼’이라는 이름이 따라붙습니다. 그런데 이 이름은 지금 미국에서 법적으로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한 식물에서 ‘인삼’이라는 이름이 사라진 데는 냉전 시대의 과학, 식물학적 진실, 그리고 산업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시베리아 인삼’은 어떻게 탄생했나

1950~60년대, 소련의 과학자들은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야생 인삼이 동시베리아와 한반도 인근에서 거의 씨가 마른 것입니다. 게다가 인삼은 재배에 최소 6년이 걸리는 까다로운 식물이었습니다. 소련 과학자들은 인삼과 비슷한 생물학적 활성을 가진 대체 식물을 찾기 시작했고, 같은 두릅나무과에 속하면서 극동 러시아를 포함한 동아시아 일대에 널리 자생하는 오가피에 주목했습니다.

소련의 약리학자 겸 독성학자 니콜라이 라자레프는 1958년 ‘아답토겐(adaptogen)’이라는 용어를 처음 제안했습니다. 오가피는 1962년 소련 약전에 공식 의약 식물로 등재되었고, 1969년에는 이스라엘 브레크만이 오가피를 대표적인 아답토겐 식물로 제시하는 연구를 발표합니다. 이후 소련에서 다수의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운동선수의 훈련 프로그램에도 활용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소련 현지에서 이 식물은 ‘시베리아 인삼’이 아니라 ‘엘루테로코크(eleutherokokk)’로 불렸습니다. ‘시베리아 인삼(Siberian ginseng)’이라는 이름은 이 식물이 미국 시장에 수출되면서 붙은 마케팅 명칭이었습니다. 소련에서는 오가피를 인삼의 정확한 대체품으로 본 적이 없었는데, 미국 시장에서는 ‘인삼’이라는 이름이 가진 상업적 힘을 빌려온 셈입니다.

같은 과, 다른 속 — 이름만 비슷한 두 식물

그렇다면 오가피와 인삼은 실제로 얼마나 가까운 식물일까요?

둘 다 두릅나무과(Araliaceae)에 속합니다. 여기까지는 맞습니다. 하지만 그 아래 분류인 ‘속(屬)’이 완전히 다릅니다. 인삼은 Panax속, 오가피는 Eleutherococcus속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고양이과에 속하는 집고양이와 호랑이 정도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과라고 해서 같은 식물이 아닌 것입니다.

성분 차이는 더 뚜렷합니다. 인삼의 핵심 활성 성분은 ‘진세노사이드’라는 사포닌 계열 화합물입니다. 반면 오가피의 핵심 성분은 ‘엘루테로사이드’로, 시링진(syringin)이나 시링가레시놀 다이글루코사이드(syringaresinol diglucoside) 같은 화합물이 대표적입니다.

이름은 비슷하게 ‘-사이드’로 끝나지만, 화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물질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데이터베이스도 “오가피는 진짜 인삼과 관련이 없으며 성분이 다르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차이를 알면, ‘시베리아 인삼’이라는 이름이 왜 문제가 되었는지 감이 올 것입니다.

2002년, 하루아침에 이름이 불법이 되다

식물학적으로 다른 식물에 같은 이름을 붙이면 소비자가 혼란을 겪는 것은 당연합니다. 미국의 인삼 산업계는 오래전부터 이 명칭 혼란을 문제 삼아왔습니다. 그리고 2002년, 상황이 단번에 바뀝니다.

2002년 5월 13일, 미국 농업법(Farm Security and Rural Investment Act)이 서명됩니다. 이 법의 Section 10806(b)는 단호했습니다. “Panax속에 해당하지 않는 식물에는 ‘ginseng’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 즉, 오가피 제품에 ‘시베리아 인삼(Siberian ginseng)’이라는 표기를 붙이면 연방법 위반이 된 것입니다.

문제는 이 조항에 유예 기간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미 하원의원 둘리틀은 의회 기록에서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농업법이 서명된 2002년 5월 13일, ‘시베리아 인삼’이라고 표기된 제품을 가지고 있던 기업들은 그날 바로 형사 책임을 지게 되었다.” 기존 라벨을 교체할 시간도 없이, 하루아침에 수많은 제품이 위법 상태가 된 것입니다.

이 법은 소비자 보호와 산업 질서라는 명분으로 만들어졌지만, 현장에서는 상당한 혼란을 불러왔습니다.

지금 보는 오가피 제품, 이름을 확인해 보자

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명칭 혼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미국 FDA는 수입 경보(Import Alert #54-12)를 통해 ‘Siberian ginseng’이라고 표기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적발하고 있습니다. 호주, 캐나다, 중국, 이스라엘, 터키 등 다양한 국가의 기업이 적색 목록에 올라 있으며, 가장 최근 등재 사례는 2026년 2월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이름 문제에 그치지 않는 사례도 있습니다. 과거에 ‘시베리아 인삼’이라고 표기된 제품을 분석했더니, 실제로는 오가피조차 아닌 전혀 다른 식물 — 백화등(Periploca sepium)의 껍질이 들어 있었던 경우가 보고되었습니다. 이름의 혼란이 성분의 혼란으로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오가피 제품에는 미국법이 직접 적용되지 않지만, 해외 직구나 수입 제품을 접할 기회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오가피 제품을 고를 때, 라벨에 ‘Siberian ginseng’이 아니라 ‘Eleutherococcus senticosus’ 또는 ‘Eleuthero’라고 표기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 이 한 가지를 기억하면 충분합니다.

이 글은 특정 제품의 효능을 보증하거나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건강 보조식품의 선택이나 복용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7개)
  1. Patyra A. Eleutherococcus root: a comprehensive review of its phytochemistry and pharmacological potential in the context of its adaptogenic effect. Frontiers in Pharmacology. 2025;16:1683795. doi:10.3389/fphar.2025.1683795
  2. Davydov M, Krikorian AD. Eleutherococcus senticosus (Rupr. & Maxim.) Maxim. (Araliaceae) as an adaptogen: a closer look.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00;72(3):345-393. doi:10.1016/S0378-8741(00)00181-1
  3. National Institute of Child Health and Human Development. Eleuthero — Drugs and Lactation Database (LactMed®). Updated September 15, 2024.
  4. Todorova V et al. Comparison between the biological active compounds in plants with adaptogenic properties. Plants. 2022;11(1):64. doi:10.3390/plants11010064
  5.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Import Alert #54-12: Detention without physical examination of foods containing ginseng that fail to properly declare ginseng. Updated February 27, 2026.
  6. U.S. Congress. Farm Security and Rural Investment Act of 2002, Section 10806 (Pub.L.107-171). May 13, 2002.
  7. Congressional Record. The Ginseng Labeling Correction Act — Hon. John T. Doolittle. June 3, 2003.